저희 집 거실에는 꽃이 많습니다. 무슨 때마다 한아름 장미를 선물해 주는 남편과 주변사람들. 저는 곱게 말려 여기 저기에 장식을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되니 제가 꽃꽂이 한 작품까지 함께 하여 거실 뿐이 아니라 집 전체가 마른 꽃 천지가 되었습니다. 며칠전 친정 부모님과 고모가 오셔서 청소를 해주셨습니다. 요즘 몸이 아프고 기운이 없어 파출부를 부르려 했더니 용돈도 벌겸, 맘에 드는 제 물건 뺏어도 갈겸, 아르바이트를 오셨답니다. 깨끗이 대 청소를 하다보니 이젠 그 마른 꽃들을 버리고 싶어졌습니다. 새로이 받는 꽃들을 다시 말리면 되니까요. ` 이것도 버리자. 이런 것은 왜 두었니? 이쁘지도 않은데? ` 초라하게 시들다 빼빼마른 덩쿨장미 한송이 입니다. 지난 유월, 오빠에게 친구라고 인사를 시키고 함께 이야기하느라 너무 시간이 늦어 광명이라는 그가 사는 낯선 곳까지 술먹은 그를 차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라며 차에서 내린 그는 한 달음에 어디로 뛰어가더니 조금후 탐스런 덩쿨장미 한송이를 꺾어다 제게 주었습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아파트 담벼락의 그 장미를 보면서 제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어느 화원에서의 화려한 장미보다 어느 시절에 들었던 황홀한 고백보다 감격스럽고 행복한 꽃 한송이였습니다. 돌아와서 바로 자그마하고 예쁜 웨지우드 꽃병에 꽂아 우리 가족 사진이 있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습니다. 시간이 날때마다 생각이 날때마다 그 마른 꽃에 코를 갖다대면 아름다운 향기가 은은히 배어나오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두고 두고 집앞 덩쿨장미를 꺾어주던 그 소중한 마음이 사.... 랑.... 이...... 그 꽃과 함께 제 마음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섯달! 그를 못본지도, 안보게 된지도 두달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같이 늙고 초라하고 검게 말라서 비틀어진 그 장미는 먼지를 가득쓰고 잊혀진것 처럼 그자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있었습니다. 버리신다는 엄마의 그 말씀에 언뜻 주저하다가 그냥 버리시게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꽂혀진 것 없는 빈 웨지우드 꽃병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이렇게 하나하나 남는 것 없이 버려지는구나. 그런데... 그 장미가 있을때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행복하던 소중한 그 꽃이 우리들의 모습처럼 초라하고 쓸모없던 색바랜 그 꽃이 오히려 없어진 지금에는 다시금 새록 새록 그 의미가 살아 다시금 새록 새록 그 사랑이 살아 다시그 새록 새록 그 생명이 살아 다시금 새록 새록 그 아름다움이, 향기가, 그 붉음이 살아 탐스러운 장미로 다시금 제 마음에 꽃피워졌음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시든 장미에 집착했던 제 마음이 더 아팠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진실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현실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요즈음입니다. 영원의 꽃! 그 것은 분명 있습니다. 난 사랑을 믿고, 사람을 소중히 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사랑을 아직은 모르는, 그래서 몹시도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혹은 온몸을 흠뻑 적시는 그 폭풍과도 같은 감정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장미 한송이를 당신의 그 여리고 상처받은 가슴에 선물로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