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슬픔

때로는 2002. 11. 6. 01:52

 

어제는 우리명화 생일이었습니다.

장미꽃 바구니와 케잌을 사들고 오빠와 함께 그애에게 갔습니다.

급하게 가느라 선물을 놓고 왔다고

제 자동차 엽기토끼 안전벨트 조절기를 선물로 주자고 합니다.

오빠 가슴에 집게로 엽기토끼를 매달아 주고 부지런히 올라갔습니다.

벌써 부터 눈물이 나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빠 하늘좀 봐봐. 하늘이 너무 파래`

오빤 저만치서 제가 올라오길 기다립니다.

`오빠 하늘좀 봐봐. 하늘에서 파란물이 곧 떨어질 것 같아`

하늘은 마치 파란 물을 담아놓은 보자기 같았습니다.

너무도 파래,

파랗다 못해 그 보자기가 곧 터져

그 속에서 파란 물이 주루룩 쏟아질것 같았습니다.

쌩하니 맑고 푸르고, 그리고 추운 날이었습니다.

그애가 누운 곳은 지난 가을 누가 정리를 해주어 잘 손질되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불어 케잌에 촛불을 켤 수가 없었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목이 메어 한소절도 못 끝냈습니다.

명화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네 설흔 아홉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눈물이 떨어지더니 흐느낌이 되었습니다.

오빠가 담배를 새로 뜯어 그애에게 주며 욕을 합니다.

에이 이 XX 새끼, XX 놈..

폭죽 터트려 생긴 붉은색 노란색, 색색의 테이프를

그애 누운곳에 예쁘게 펼치면서 오빠는 또 욕을 합니다.

에이 이 XX 새끼, XX 놈..

먼저 떠난 동생놈이 미워 연신 욕을 해대는 오빠땜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훌쩍이고, 오빠는 욕을 해대고 그렇게 있다 돌아왔습니다.

지금 여긴 돈암동입니다.

엄마가 오늘 수술하십니다.

어제 저녁 커다란 통 하나가득 속을 비우는 이상한 물약을 드셨습니다.

노인네가 하루 종일 굶으시고 그 약을 드시는데 가여웠습니다.

삼십구년전 그날 막내 아들을 낳느라고 고생하신 엄마가

지금은 그 아들을 먼저 보내고 몸이 안좋아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오늘 회사에서 중요한 회식이 있어 못뵐것 같아 어제 집에와서 잤습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 거리시는 엄마가 보기 안스러워

내내 자는 척을 했습니다.

새벽 네시쯤 집에 가려니,

그시간이면 술 취한 사람들 운전해서 도로가 위험하다고 못가게 하십니다.

아직도 자식 걱정만 하시는 엄마가 미안합니다.

이제 샛잠이 드셨는지 조용합니다.

조금 있다 엄마 손 한번 더 잡아보고 집에 가야겠습니다.

가는 길에 명화 누운 곳 한번 눈길로 건너다 보고 집에 가야겠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이 새벽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그리고 또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이제 조금 덜 슬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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