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정에서 잠을 잤다.
퇴근을 하며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니, 집이고 핸폰이고,, 연락이 되지를 않았다.
그럴리가 없는데,, 걱정이 되어 친정으로 핸들을 돌리고 거의 도착할때쯤 통화가 되었다.
연천에 가셨다가 마악 집에 들어오시는 참이라고..
연천에는 나의 시부모님이 계신다.
결혼후 8년간을 함께 살던 막내인 우리가 분가할 때 연천 농장으로 주거를 옮기신 시부모님은
여유로운 농촌생활이 부러웠다, 농장관리가 필요했다 등등 여러가지 타당한 이유를 말씀하시지만,
어둑한 농가에 팔십노인 두분만 덩그라니 남겨놓고 돌아나오는 길에는 항상 마음이 짜안하다.
친정 부모님은 계절에 한번, 나의 시부모님께 인사를 하신다.
계절 특산품을 선물로 보내실 때도 있고, 현금을 보내실 때도 있지만,
가끔 이번처럼 농장일이 뜸할때 쯤은 직접 찾아가셔서 동무를 해드리신다.
솜씨좋은 어머니가 직접 음식을 이것저것 맛나게 끓이고 볶고,
사는 이야기 재미있게 일부러 수다도 떠시고,,,
시부모님은 함박웃음을 지으신단다.
` 아이고 사돈님, 사돈님은 사돈이 아니고 꼬옥 내 막내동생 같아... `
올해 팔십되신 시어머님이 육십 팔세되신 친정어머니 손을 잡고 등을 쓸며 그러신단다.
이번에도 푸짐하게 풀어놓으시는 시부모님의 자식자랑을 원없이 들어드리고 오셨다고...
무공해 쌀이며, 묵은 김치며, 직접 만드신 비지며... 정성 듬뿍 담긴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시며
자고 가면 안되겠냐고 아쉬워 하시는 노인들을 다음날 아버지 병원상담때문에 어렵게 물리셨단다.
`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시면 그러시겠니. 자주 찾아가 뵈어라. `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오늘은 쉬는 날.
친정부모님 성당 기도회 가시는 아침길에 사우나를 다녀오려 나도 덩달아 아버지 차에 올랐다.
가는 중간에 아버지의 성당친구분이 함께 가시려 차에 타시길래 인사를 드렸는데,
예전과 달리 행색이 초라하고 영~ 편안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셨다.
자식이 셋이나 버젓이 번듯하게 잘~들 살고 있는데,, 홀로 되신 아버지는 챙기지를 않아
몇푼 안되는 퇴직금으로 근근히 살고 계신다고 ... 나중에 아버지가 내게 말씀을 해주셨다.
` 아버지, 엄마!!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우리는 참 행복한거죠. 그쵸?
하느님께 정말정말 감사해요. `
백화점에서 친정부모님 새벽운동에 필요한 운동복을 봄색상으로 골라드리면서 내가 말했다.
` 네 행복에 제일 효도하는 사람이 누구인줄 아니? `
어머니가 뜬금없이 내게 물으셨다.
내 행복에 효도하는 사람??
` 네 행복에 제일 효도하시는 분은 너희 시부모님이야.
그분들이 그렇게 건강하게 지내시니 네가 얼마나 행복하니?
그분들이 그렇게 너희를 이뻐해 주시고 잘되게 빌어주시니 얼마나 행복하니?
그 중 한분이라도 돌아가시거나 편찮으시면, 네가 얼마나 근심이고 마음이 불편하겠니?
그분들께 감사해라. 그리고 잘해드려라. `
딸년 좋아한다고 어묵, 깻잎, 볶은김치, 무우짱아찌 넣은 참기름내 솔솔나는 김밥을 말아주시는 어머니.
김밥 써는 어머니 옆에서 톡톡 손으로 줏어먹는 내게 접시에 이쁘게 담아 국물하고 먹으라 걱정하는 아버지.
오뎅국물에 김밥 배불리 얻어먹고 친정을 나서며 나는 맘속으로 부모님께 속삭였다.
` 엄마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이렇게 선한 모습으로 제게 효도하셔서 저는 또 행복하고 감사해요.`
다음 쉬는 일요일에는 남편과 연천에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