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한 세대가 간다..

때로는 2005. 8. 27. 08:45

 

지난 수요일은 오빠 생일이었다.

아침 일찍 오빠랑 꽃다발을 안고 명화에게로 갔다.

 

한동안 손을 보지 않았는지 잡풀들이 무성하여

앞서서 올라가는 오빠를 바로 뒤쫒아가는데도  길이 없어져

짧은 반바지를 입은 종아리가 풀들에 씰려 따끔거렸다.

 

살기가 힘드니... 죽은사람 돌볼 여유들이 없나부다..

할머니 , 명화 누운 곳만 빼고

주변의 다른 묘들위에 만발한 보라꽃들을 보며 오빠가 말을 했다.

 

` 어느새 여기 누운 사람들을 돌 볼 사람들도 다 나이든 사람들이 된 것 아닐까.

우리야,, 명화가 워낙 젊으니 그런 거구..

아무리 조상이지만 두대를 건너서까지 찾아올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오빠,, 어느새 활동하던 한 세대가 간거야.`

 

아무리 날이 궂어도 명화에게만 오면 맑던 하늘이

그날은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런가

처음으로 날씨가 꿈꿈했다.

 

무성한 잡풀들에 음산한 날씨에..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괜시리 스산해 보였다.

 

-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엄마가 허리 수술 후  다섯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기력을 못차리신다.

 

` 엄마 연세 어느새 칠십이셔.

옛날에는 엄마가 힘들다, 아프다 그러시면

관심끌려고 더 칭얼대신다 생각했던적도 있었는데

오빠,, 이제는 연세가 드셔서,,  정말 많이 힘드신 것 같아.

정 기력 못 찾으시면 저러다 돌아가실 수도 있는거겠지. `

 

- 보약을 더 해드릴까?

 

` 난 말이야 오빠, 엄마 돌아가시면 못 살거 같아.

이제 이 세상에 나를 두고 누가 떠난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너무 힘들어.

우리 명화 떠나고 십년이상을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연세가 있으시고,,,

사람이란 언젠가는 꼭 떠나게 되어있으니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엄마가 조금만 더 우리곁에,, 내 곁에 계셨으면 좋겠어.

 

더 부자도,, 더 행복하게도 그런 것 다 바라지도 않아.

그저 지금 이대로 ,

우리 가족 지금처럼만이라도

조금만,, 조금만,, 더  함께했으면 좋겠어.

 

이런 편안한 시간,, 소중한 작은 행복...

오빠, 우리 이렇게 느끼고 산지 얼마 안되었잖아.

엄마가,,, 아버지가,, 지금 떠나시면

많이 많이 슬프고 가슴 아플 것 같아. `

 

명화야 명화야..

저기 위에 계신 할머니도 불렀다.

할머니, 할머니...

 

도와주세요.

허락해 주세요.

우리,, 그동안 너무 외롭게 살았잖아요.

조금만 이 행복 붙잡아 주세요.

 

오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케잌과 마흔 일곱개의 초와 고깔모자와 폭죽을 사고

부모님댁으로 갔다.

 

편찮으시면서도 엄마는 이것저것 음식을 해서 내놓으시고,

아직도 낯을 가리는 우리집 오대독자 오빠아들 용진.

올케언니만 눈에 안보이면 내내 울어대고,

이제 유아원 다닌지 삼개월 된 오빠딸 세살 은수는

유아원 발표때 부를 노래를 부르며 연신 박수치라 하고..

 

` 니들이 있어 나는 너무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생일 축가가 끝난후 오빠가 은수랑 후~~ 케잌위에 촛불을 불어끄니

하얗게 웃으시며 엄마가 말씀하셨다.

 

명화야,,,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네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화야,,

부모님을 보살펴 주라.

명화야,,

오빠랑 언니랑, 우리 은수랑 ,, 용진이 좀 보살펴 주라.

 

간절한 바램이

내내 울림이 되어 내 마음속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