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은수 유아원 발표회

때로는 2005. 8. 27. 13:12

 

은수가 유아원 다닌지 삼개월.

유아원에서 발표회가 있단다.

엄마는 편찮으셔서 못가시고 아버지도, 오빠도, 올케언니도 다들 가신단다.

공연 끝나면 은수에게도 주고, 선생님께도 드려야지.

예쁜 장미꽃에 진주까지 매달아 세묶음을 준비하여 나도 은수에게 갔다.

 

우리 은수,, 이제 27개월.

그곳 아이들과 비교하니 겨우 아장거리고 다닐정도의 어린아이다.

단체공연 두번과 세명이서 노래부르는 공연,, 총 세번의 은수 공연이 있었는데,

첫번째 단체공연에  나와서 제 엄마를 보더니 마음이 심란해졌다부다.

 

공연 끝나기가 무섭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둥

종이로 만든 조끼를 벗어대면서 무대밑의 엄마에게 가겠단다.

급히 원장선생님이 무대뒤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려는데,,

온 얼굴에 설움을 담아 울음을 터뜨렸다.

 ` 엄마 엄마`

작고 예쁜 아이의 그 모습에 다들 귀여워서 웃었지만,,

절대로 그쳐지지 않는 울음에 올케언니가 무대뒤로 들어가고..

결국,, 은수는 더 이상 공연을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아버지랑 오빠랑 언니랑 은수랑 용진이랑..

수협에서 생선회와 이것저것 맛난 생선을 사갖고 우르르 부모님댁으로 갔다.

 

 - 다른 애들은 멀뚱하게 젓가락도 제대로 못 두들겨 박자도 못 맞추는데

우리 은수는 너무 열심히 두드려 오히려 박자가 빠르던걸요-

올케언니가 은수의 공연장면이 녹화된 VTR을 보여드릴 때 내가 말씀을 드리니

 - 은수가 너를 닮았나보다 -  

엄마는 빙긋이 웃으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나도 어려서 무용학원을 다닐때 북종류는 못쳤다고 ..

적당히 두두려야 하는데,, 너무 열심히 두드려 다른 사람과 소리가 맞지 않아서 못 쳤다고..

아마도 나는 그 ` 적당히`를  모르는 습관이 아직도 몸에 배여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남들과.. 세상과... 잘 못 어울리는가?   ^^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은수는 공연에서 못 보여준 온갖 재롱을 다 피웠다.

노래도,, 춤도,,

어찌나 이쁜 짓을 하는지 부모님이 아주아주 행복해 하셨다.

 

` 은수야, 아까 거기서 왜 울었어?`

눈만 깜빡이는 은수에게 나는 다시 귓속말로 속삭였다.

` 엄마를 보니 슬펐어?`

세살박이 은수가 혀짧은 소리로 말을 했다.

` 응, 엄마보니까 슬퍼서 울었쪄. `

 

나도 엄마를 보았는데, 너무 반가워 엄마에게 가려는데,,

누군가 나를 등돌려 데려가면,, 누군가 나를 엄마에게서 떼어놓으면,,,

너무너무 슬퍼서 울 것 같다.

나랑 은수는 너무 닮았나?

 

우리 은수,, 동생이 있어서 제법 큰 아이인 줄 알았는데,,

하여간 우리 은수,, 아직은 아주 많이 어린 아기였다.

누나답게 의젓하라 말하지 말고,,

아기처럼,, 많이 감싸주고 이뻐해주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