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썰렁 친구

때로는 2005. 12. 16. 14:21

이상하다..

확실히 예전같지 않은 것 같다.

피곤이... 예전에는 별로 쉬지 않아도 날짜만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없어졌는데

요즘은 개운하게 풀리는 것 같지가 않다.

 

이틀 연속 모임이 있었다.

첫날 모임은 술친구 모임.

셋이서 대나무통 술 하나에 소주 5병을 비웠다.

기분 좋게 목소리를 높여 힘껏 내 이야기 들으라 주장을 하는데,,

에궁.. 급기야 발음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둘쨋날 모임은 동료들과 재잘재잘 수다모임이었다.

그럴싸한 훼미리 레스토랑에서 와인까지 곁들이며 한껏 폼은 잡았는데,,

계산을 끝내고도 앉아서 한참 웃고 뒤집어지다보니

영업이 끝나  딸랑 우리만 남아있었다.

 

그 이틀연속 남편은 새벽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헬렐레.. 나랑 비슷한 시간에 음주 귀가를 해서는

새벽 5시에 깨워달라며 자명종 시계를 내 귓가에 놔 주었다.

새벽에 급한 사람은 자긴데,, 시간 맞춘 자명종 시계는 왜 내 귓가에 두냐구.. ㅡㅡ;;

 

게다가 절대,,, 한번에 깨는 법도 없어..

깨우다.. 자다... 또 깨우다.. 졸다.. 그렇게 실랑이를 해서는 출근을 시켰다.

 

하여간.. 그래서 연 이틀 업무에,, 모임에,, 술에,, 남편 뒷바라지에

잠을 하루 네시간도 못잤나보다.

뒷머리가 뻑뻑하고..  하품하는데도 턱이 뻐근하다. ㅠㅠ

 

요가를 가서 몸을 풀어야지...

그런데 퇴근무렵 전화가 와서는 꽁지가 살랑살랑 꼬득인다.

 

` 누나 ,, 누나 꼭 보고 싶은데,, 제가 김치찌개 사드릴께요.`

- 피곤타 , 스트레스도 팍팍이다. -

 

` 누나누나.. 노래방 가요. 제가 노래랑 춤으로 화악 털어드릴께요.

- 흠... 구미가 땡기네.. 삼십프로에서 오십프로까지는 왔다.  그래 생각해 볼께.-

` 아~~~ 나머지 오십프로를 어떻게 꼬득여야하나.. `

 

구여운 녀석!

그래서 결국 요가를 못가고 꽁지를 만났다.

 

김치전에,, 김치찌개에,,

동동주까지 시켜,,, 풋고추를 고추장에 팍팍 찍어먹었다.

 

나는 씩씩하게 먹는데,, 배고프다 했던 녀석은 밥을 너무 소심하게 먹는다.

아주 조금씩.. 깨지락 거리면서 먹는다.

 

- 꽁지야,, 어서 먹고 더 먹어라. 여기 밥은 가마솥에 한 밥인데,,

저기저기.. 밥통있지? 추가는 맘대로 저기서 퍼먹는거야. 어여 먹어.-

 

` 에구 누나, 진작 말하지.

추가로 밥 시켜야 하는줄 알고 애껴먹고 있었는데,...`

 

하여간,, 내가 그럴줄 알았다.

 

` 아니 그게 아니고 한공기 시키면 너무 많을 것 같고,, 그래서.. `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세상에나 한공기 그득 퍼온다.

머라? 한공기 시키면 남을까봐 걱정했다더니.. 거꾸로 짜구날까 걱정되었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눌은밥에 숭늉에,, 커피까지..

뱃속이 든든하니..

기분도 풀리고,, 마음도 훈훈해진다.

 

` 띠동갑 영계랑 데이트하는게 어딘데요. 제가 같이 가드릴께요. `

괜찮다는데도 꽁지가 덜덜 떨면서도 버스정류장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려주었다.

그래..

띠동갑 어린 친구, 꽁지.

 

- 어이추워.... -

직원들 서비스 교육이 있어 스커트를 입은 나는 종아리가 너무도 추웠다.

 

` 누나 , 저는 여자들이 추운 한 겨울에도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길래..

두가지로 생각했었어요.

아.. 여자들은 특별히 추위를 덜 타는 체질들인가부다.

아.. 여자들 저 스타킹은  저래뵈도 엄청 따뜻한가부다.. `

 

하여간.. 웬수.. 꽁지.

세상에 아는척은 다하는데,, 엄청 순진하고 모르는 것 천지다.

 

-  전혀 ,, 아니거든!

게다가 나같은 아줌마는 미니스커트 아니어도 엄청 춥거든! -

 

` 그러게나 말이예요. `

우린 서로 마주보고 헤헤 웃었다.

 

하여간.. 만나자 꼬득여준 꽁지가 고마웠다.

그 아이의 상큼한 웃는 모습에 밝은 음성에..

그 덕에 기분도 많이 풀리고 좋아졌다.

 

그래.. 띠동갑 어린 친구.

오래오래 친구하자.

 

이번 토요일은 아무일도 말고 뜨뜻한데서 푸욱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