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후회

때로는 2007. 3. 26. 01:41

너무 속상하다.

 

요며칠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더 편안해지고 넉넉해져야 하는데

마음과는 달리 말과 행동이 더 억세어지고

얼굴에서도 미소는 커녕 짜증섞인 표정이 역력하다.

 

모처럼 오신 부모님께 마음 편히 해드리지 못해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속상하다.

 

아침에 운동을 갔을 때만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친정엄마께 오늘 쉰다고 말씀을 드리니 청소해 주시러 오신다고,,

난 사실 청소보다 그 동안 가고 싶었던 롯데월드호텔 뷔페를 모시고 갈 생각이었다.

 

아버지 , 엄마, 고모,, 그렇게 다들 오셔서 저마다 청소를 해주시는 데,

엄마가 내 화장대에서 무엇인가를 들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뜨리셨다.

한꺼번에 화장품병을 두개를 들다가 떨어뜨리셨다고,,

며칠 죽도록 앓으셨다는 엄마에게 난 그만두시라고,,

그런데,, 정말 나도 모르게 내 억양은 그런 뜻이 아닌 듯하게 튀어 나갔고,,

엄마 역시 화장품 깨졌을까봐 은근히 짜증내는 나로 오해를 하신거다.

 

난 바로 잊고 어서어서 호텔 뷔페로 점심식사나 가시자 했는데,,

아버지는 츄리닝 차림, 엄마랑 고모도 대충 청소하기 좋은 복장으로 입고 오셔서 다음에 가자신다.

그냥 집에서 탕수육과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울면이랑 고모가 좋아하는 짬뽕이랑 만두까지 시켜서,,

엄마는 집에서 갖고 오신 도시락으로 점심을 드셨다.

 

더 이상 아무일도 없는 듯 했고 나도 아무 말도 안했다.

그런데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자꾸자꾸..

속상한 일도,, 고민할 일도,, 아무일도 없는데,,,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만 했다.

 

엄마께 이제 그만하시라고,, 몸도 편찮으시면서 그만하시라고 말을 하는데,

이번에는 아버지가 계신 거실쪽에서 심한 소리가 들렸다.

뭐냐고 나가보지도 않고 큰 소리로 물으니 대답도 없으시다.

엄마는 별거 아닐테니 묻지 말라고 찡끗 눈치를 주시고,,

 

그런데 결국,, 다시 심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거실에 세워져 있던 시계 머리가 빠져있고, 떨어져 나간 시침을 아버지가 붙여보려 애쓰고 계셨다.

그 시계,,, 남편하고 하루종일 가구단지 돌아다니면서 고르고 골라서 산 시계였다.

뭐,, 그래서가 아니라..

더 이상 고쳐지지도 않을 시계를 엉거주춤 들고 애쓰고 계시는 아버지가 그저 속상했다.

아니아니,,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 짜증난 인상이 역력히 드러나게 되었다.

 

아버지 때문도 아니었는데.. 내 인상덕에 아버지가 내 눈치를 보시는 것처럼 되었고

엄마는 아버지를 오버해서 위로하시고,,

그러다 결국 내게 괘씸타 꾸지람을 하셨다.

얼마나 자주 오는 부모라고 들어서면서부터 그렇게 눈치를 주느냐고.. ㅠㅠ

 

나도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얼굴에는 인상을 팍 쓰고,,, 원하지 않은 상황으로 내가 몰아가게 된 것이다.

얼마나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엄마고,, 아버지고,, 고모인데,,

 

부모님은 댁으로 가셨지만,

 

홀로남은 집에서

난 내가 너무도 어이가 없다.

왜 이럴까..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