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다섯 살의 性교육

때로는 2007. 7. 8. 17:37

 

 

오빠나이 마흔셋에 가져 이제 다섯살 된 조카딸,

은수가 이쁘다는 생각이 들수록,,

세상이 점점 험하다고 느낄수록,, 여러가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사랑이 지나쳐서 이겠지.

욕심일지도..

 

`은수야 누가 네 궁뎅이를 만지면 안돼요 그러면서 엄마에게 꼭 일러야 해 `

그런,, 말도 안되는 주의를 준다.

또한 쉬~하고도 바로 팬티를 입혀 주어야 한다고 올케언니에게 당부를 하기도 한다.

 

지난 해의 일이다.

제 동생 용진이 어리고 사내아이이다 보니 친정에 오면 팬티를 벗겨놓고 있을때가 많았다.

팬티를 꼭 입혔던 은수는 동생의 벗은 아랫도리를 보고 흐믓해 하시는 어른들께

저도 벗게 해달라고 몇번을 졸랐나보다.

` 절대로 고모 있는데서는 그러면 안돼. 고모한테는 비밀이야 `

그러면서 허락을 해 주었다나.

 

그런데 지난 달, 집에서 본 은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사준 발레복 입은 모습을 내게 보여주려 올케언니가 옷을 갈아입히는데,,

`창피해 창피해... ` 그런 말을 연발하면서,, 저쪽 구석방으로 가서 문까지 닫게 하는 것이었다.

부쩍 수줍음이 많아졌다는 올케언니의 말.

 

내내 고민이 되었다.

친정어머니는 은수가 날 닮아서 그렇게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 같다고 하시지만,,

아무데서나 훌렁 벗어도  어린아이를 단속하고 싶었겠지만,

너무 창피해 창피해 하니.. 저 모습은 또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며칠 후,  TV  뉴스에 보니 영어학원 원장이 다섯살짜리 어린아이를 성추행 했다는데,,

고민이 더 되었다.

누가 못된 짓을 했을 때, 챙피해.. 하고 숨기고 부끄러워만 하면

아이의 성격이나 생활이 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유치원에서 은수 치맛자락을 올리며 아이스케키 하는 아이가 있어

은수가 소심해지면서 치마 속에 바지를 하나 더 입혀달라고까지 했다는 말을 들으니 더 걱정이 되었다.

 

일주일 후, 올케언니네가 친정에 오는 날 전화로 은수와 통화를 했다.

 

` 은수야, 은수는 옷 갈아입을 때 누가 보면 창피해? 안 창피해?

- 창피해-

` 왜 창피해?`

- 그냥 창피해-

` 은수 몸은,, 옷 안 입은 은수 몸은 창피한거야? 소중한 거야?`

- 창피한 거야-

 

나도 어릴 때 우리 부모님으로 부터 나의 몸은 창피한 것. 부끄러운 것으로 배웠다.

또 어쩜 性에 대해서는 나쁘고 더러운 것이라고 은연중 교육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느끼게 되었다.

 

물론, 대학 때 손잡는 것을 싫어해서 남친의 애를 태운 것은 내 못된 결벽증이라 하더라도,

꼬마 때 소꼽친구가 볼에 뽀뽀를 했을 때도 창피해서 위축이 되었고

초등학교때 옆반 남자선생님이 이쁘다고 내 볼을 꼬집고 안아주셨는데

난 창피해서 다시는 그 선생님 얼굴을 정면으로 못보고 마주치면 도망가곤 했다.

무슨 뜻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 나이답지 못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 은수야, 은수 몸은 창피한 게 아니야. 아주 아주 소중한거야.

그래서 너무 소중하니깐, 남들이 못보게 남들 보는데서 옷도 안 갈아입고 남들이 만지게하면 안되는 거야`

`알았지? `

-응-

` 은수 몸은 소중해? 안 소중해?`

-소중해-

` 은수 몸은 창피해? 안 창피해?`

- 창피해-

` 아니아니,, 은수 몸은 안 창피해. 소중해. 소중해서 남이 보면 안되는거야`

` 은수 몸은 창피해? 안 창피해?`

- 안 창피해.-

` 아유,, 아주 잘했어. 그러면 남들 있는데서 옷 갈아입으면 돼? 안돼?`

- 안돼-

` 왜 남들 보는데서 옷 벗으면 안돼?`

- 음... 안 창피하니깐.. -

 

???

ㅋㅋㅋ

아직 다섯살 아이이니 무슨 답을 기대할꼬...? ^^

 

이틀 후, 일부러 난 은수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한참 동생과 집안을 뛰어다니며 소리지르며 놀고 있던 은수는 전화를 받았다.

 

` 은수야,,, 고몬데,, 은수야 은수 몸은 소중해? 안 소중해?`

난 그 애가 잘 기억하고 있나 너무도 궁금했다.

 

- 알았어-

은수는 아주 짧게 귀찮다는 듯 그 말만 하고 휙 제 엄마에게 수화기를 넘겨버렸다.

 

내~~참!!,

정말 다 알았어?

어른인 내가 어린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걱정하고 있나?

 

지금은 다섯 살이니 아직 이르지만

나중에 나중에 우리 은수가 성인이 되어서도

性에 대해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당당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