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 한여름 밤의 꿈 -
아침 7시 30분 회의에 늦지않게 꼭 깨워달라며 잠들은 남편
잠을 못이루고 새벽 3시까지 뒤쳑였던 나는 비몽사몽 자명종이 5시30분에 노래를 불러대자
눈을 미처 뜨지도 못한 채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꿈쩍도 안하는 남편...
그렇게 몇분 간격으로 서너번 깨우다가, 그래... 30분만 더 재우자..
시간 경과를 지켜볼 요량으로 TV를 켜고 다시 누운 나도 핑계김에 눈을 조금 더 붙이게 되었다.
어제는 폭염 속에 물놀이 사고로 유난히 많은 사람이 죽었단다.
잠속에 빠져 들어가는 내 귓속으로 TV 아침 뉴스 내용이 꿈결처럼 들어오고 있었다.
어디서 누가 사망하고, 어디서 누구누구가 사망하고,,, 어디서 어떻게 하다가 누구도 사망하고...
평상시 나는 돌아가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마음속으로 머리 숙여 인사를 한다.
` 잘가시오... 그 동안 수고하셨소... 잘가시오... 편히 가시오.... `
문상을 가서는 물론, 길을 가다가 알지 못하는 장례 행렬을 만나도 나는 그렇게 한다.
아직은 이 세상에 남아있는 자로서 떠나는 이에 대한 아릿한 동지애가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누구도 사망하고 누구도 사망하고, 또 누구도 사망하고,,,
그 말이 생시인지 꿈결인지 내 귓속으로 들어오면서,,, 나는 꿈속으로 들어갔다.
파아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녹음이 짙은 나즈막한 산들, 그 앞을 평화로이 흘러가는 푸른 강물.
참으로 아름다운 경치다.
검은 모자에 군복을 검게 물들인 것 같은 쟈켓을 입은 남자가 뭐라 중얼거리며
푸른 구슬들을 강물 위로 뿌리듯 던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죽은 넋을 위로하여 저승으로 보내는 사람으로,
지금 그 예식을 행하는 것이고 푸른 구슬들은 죽은 이들의 영혼인 것 같았다.
꿈속에서 제 3자의 시각으로 비켜져 있던 나는
` 잘가시오,,, 잘가시오,,, 잘가시오,,, `
슬프고 애처로운 심정으로 여느 때처럼 떠난 이들에게 중얼중얼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 검은 옷을 입고 예식을 행하던 사람이 고개를 획 돌려 나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 잘가시오는??? 자기도 곧 올거면서!!! `
정신이 번쩍 들어 잠을 깼다.
늦었다고 헐레벌떡, 설레발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사과 하나 깎아들고 차에 함께 올랐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할 시간이 부족할테니 시간 벌어줄 요량으로 회사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다.
늦게 깨워 미안하다며 사과를 내미니 요리조리 운전하느라 남편이 정신이 없다.
사과 한 쪽을 들어 남편 입에 넣어주니 우적우적 맛나게 먹는다.
나도 한 쪽 입에 무니, 올 해 처음 먹어보는 아오리 햇사과가 제법 맛이 들었다.
순간,,, 너무 감사하다.
` 있잖아요.. 우리 이런 모습들도요..
일찍 깨워달라며 믿고 잠들고, 늦게 깨워 미안해 하고, 헐레벌떡 같이 출근하고,
차 안에서 이렇게 아침식사 대신 사과 한 쪽씩 나눠 먹는 거요.
나중에 내가 먼저 죽고나면 이런 사소한 것도요,,, 많이 생각나는 그리운 추억일 거예요. `
` .......... ???? `
이 여편네가 아침 댓바람 부터 웬 쉰소리야???
그런 표정으로 남편이 나를 벙~~ 쳐다본다.
그러게...
꼭,,, 저승갈 날 받아놓은 것 같은 섬찟한 이 기분은 뭐냐구.. ㅠㅜ
내가 TV 에서 엑소시스트를 너무 많이 봤나?
정말 기분 오싹!!! 납량특집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