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ㅠㅜ
- 이야기 하나 -
지난 봄에 눈병이 나서 열흘 정도 안과를 다녔다.
눈이 빨개지더니 지저분하게 눈꼽도 덕지덕지...
할 수 없이 죽기보다 싫은 병원을 갔더니 염증이라고.
한 삼일 지나니 나머지 한쪽 눈도 똑같은 증상이 오고,,
매일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며 양 눈에 안약을 넣고 약을 먹었다.
` 몇번이나 더 와야 하나요? `
염증에 안약에... 그렇게 부옇게 흐려진 눈으로 생활하려니 몹시도 불편하여
치료를 막 끝낸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 아, 다 나으셨으니 이제 안오셔도 돼요. 남은 약만 댁에서 마저 넣으세요. -
` 네?? 이상하다. 아직도 눈 앞이 뿌옇고 촛점이 안 맞던데,,, 다 나았다고요? `
- 그래요? 어디, 다시 한번 볼까요? -
예쁘장한 젊은 여의사가 다시 기계로 내 눈을 이리저리 꼼꼼히 살폈다.
역시 아무 이상이 없다고,,, 염증은 다 나았다고,,
이상하네.. 여전히 뿌옇고 촛점이 안맞는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니
구체적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가 언제냐고 내게 묻는다.
` 보통 때는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거실에 있는 TV 속 자막이 보였였거든요.
근데요. 눈병이 걸리고 나서부터는 뿌옇고 촛점이 안맞는 것이 자막을 읽을 수가 없어요. `
- 아, 그건 노안이 진행되서 그런거예요. 연세가 그럴 때 되셨지요. -
새초롬해진 여의사가 빠르게 기구들을 정리하며
폭탄 같은 말을 아주 당연하게 툭! 한다.
` 저,, 혹시,,, 백내장이나,,,, 녹내장 검사를 해봤으면 좋겠는데요. `
역시,,, 백내장이나 녹내장도 없이 내 눈은 건강했다. ㅠㅠ
- 난, 책은 진즉에 돋보기 쓰고 보는 걸 뭐.
멀리 있는 글씨는 그래도 보이는데, 가까운 글씨가 잘 안보이거든.
이제 우리 나이가 그럴 나이야. -
퇴근해서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 후, 나는 여행을 다녀오면서 돋보기를 두개 사서
하나는 거실에, 하나는 남편 자주 사용하는 욕실 선반에 놓아 주었다.
이궁,,,, 돋보기 없이 아침에 화장실에서 신문 보기가 얼마나 불편했을까...
또한 나는 식사 때 식탁에서는 자막이 필요없는 TV 프로만 보기로 했당. ㅜㅡ
- 이야기 두울 -
가을에는 멋진 여성으로 거듭 나아보리라..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런데,,, 잠을 자고 난 아침이면 손가락이 통통 붓는 날이 잦아지더니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기가 부자연스러워지더니,,
급기야 손가락 통증을 참기도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흠... 운동을 너무 과하게 했나?
운동하는 곳 사람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손가락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그런단다.
힘을 빼고 운동을 해도, 며칠을 운동 안해도 여전히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남편도 나와 아픈 부위는 다르지만 그런 적이 있다.
러닝머신에서 걷지도 않고 한시간 이상 그 뚱뚱이가 쿵쿵쿵쿵 뛰니 무릎이 버티겠는가.
한 동안 절룩절룩 그러고 다녀서 내가 쯧쯧 흉을 봤었다.
자기같은 사람은 걸어야 한다고,, 나이를 생각하라고,,
그 후로 해외 출장 다녀오는 직원들이 남편에게 관절염약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다. ㅡ.ㅡ
물론, 남편은 뚜껑 개봉도 하지 않았다.
흠... 남의 말 할 때가 아니네.
남편 모르게 아침이면 부지런히 손가락을 주무르다가 그 약 생각이 났다.
` 저기요, 회사 직원들이 선물했던 그 관절염 약이요,, 내가 먹어도 돼요? `
- 왜? 어디 아파? -
` 아니요, 히~~ 내가 욕심내느라 손가락에 너무 힘을 주어서 운동을 했나봐요. `
짐짓 별거 아니라는 듯 나는 말을 했지만,
저 쪽에서 무언가를 하던 남편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내게 물었다.
- 자세히 말해봐.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
` 아니,,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조금 붓는 것 같더니 점점 손가락이... `
- 점점 손가락이 잘 안구부려지고,,,,,, 그리고 손가락이 아프고 그러지? -
` 어?? 어떻게 알았어요? `
- 에구구구..... -
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 그거 손에 무리하게 힘주면서 심하게 운동해서 그런거 아니야.
나이들어 생기는 현상이야.
난, 몇 년 전부터 그랬어.
왜, 내가 네게 손 줘서 주물러 달라고 하고 그랬잖아. 이제 우리 나이가 그럴 나이야. -
언제부턴가 남편은 출근하라고 깨우는 내게 눈도 안뜨고 손만 내밀며 주물러 달라고 했었다.
그러면 나는 남편을 빨리 깨울 욕심에 열심히 어설픈 손가락 맛사지를 해 주곤 했었다.
그 후론 함께 이동하는 자동차안에서 운전하는 남편이 오른손은 내게 주면
나는 자동적으로 주물주물, 네 손가락을 획~ 위로 휘게도 하면서 맛사지를 해 주었던 것이다.
- 기운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또 먹고 싶으면 약도 먹고 -
남편이고 나고,, 그렇게 조금씩 삐걱거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래서 가엽고,, 기분이 그런데,,,,
남편이 빙그레 웃는다.
이궁!!
ㅠㅠ
- 이야기 세엣 -
유난히 더운 올 여름
병원 봉사 모임에 참석을 했다.
휴가들이 있어 그 동안 안보였던 얼굴들도 모처럼 다 보였다.
` 이제 얼마 안 남은 여름 무더위, 건강하게 잘 버팁시다. `
수녀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 아, 올해는 정말 너무너무 덥네요. -
- 정말이예요. 올해는 5월부터 일찍 덥더니 팔월까지 내리 덥네요. -
- 비도 안오고,,, 이런 더위는 처음인것 같아요. -
다들 그렇게 지독한 무더위 표현을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분이 깜짝 놀라하면서 하는 말,
` 아니, 올 더위가 정말 다들 그렇게 더웠어요?
어머나,,, 나는 내게 갱년기가 찾아와 나만 혼자 그렇게 무더웠는 줄 알았네. `
까르르,, 웃음 만발이 되고,
` 부채와 겉옷을 내내 갖고 다니면서 부채 부쳤다가 오싹하면 겉옷 입었다가..
미친 사람 같았다니까요. 요즘 내가.. `
외부 영향력 있는 단체의 회장이기도 하며 고상하고 엄격하고 열정적인 활동가인 그 분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에 작고 친근한 귀여운 할머니로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해부터 갱년기로 부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 시댁 큰형님이
언젠가 꼭 필요할 거라면서 일본여행에서 기념품으로 사다 주신 자그마하고 예쁜 쥘 부채.
나도 곧 그 부채를 끼고 살 날이 오겠지.
세월이.....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