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이쁘지?

때로는 2010. 3. 29. 23:30

 

` 등,,, 좀,,,, 두둘겨,,, 주라 `

음주 후 늦게 귀가한 다음날 새벽이면

출근을 위해 깨우는 내게 가끔 남편은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잠꼬대 하듯 말을 한다.

 

-  이그,, 뭐가 이쁘다구 두둘겨 주냐? -

말은 그러면서도 어서 깨울 요량으로 나는 툭툭툭 잔등을 두두려 주곤 한다.

 

남편이 오학년을 넘어선지도 몇년, 정말 예전같지가 않다.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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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 좀,,, 두둘겨,,,, 주라... `

지난 토요일, 한식을 앞당겨 시아버님께 가기로 한 형제들과의 약속시간에 늦을새라 깨우는 내게

역시나 전날 음주후 늦은 귀가를 했던 남편은 웅얼거렸다.

 

- 어데가 이쁘다구 두둘겨 주냐?

이그,,, 그러게 일찍 들어와서 잠좀 자라구 했더니만,,,-

미운 마음에 찰싹 궁뎅짝을 때려 주었다.

 

` 이쁜데 없어두,, 좀,,, 두둘겨 주라. `

 

  ??    !!      ㅡㅡ;;

 

무슨 말을 해도 두마디가 없는 무뚝뚝한 남편이 그리 말을 하니,,,

쯧, 피곤하긴 어지간히 피곤한가부다, 안됐다는 생각에

토닥토닥 어깨를 두두려 주다가 전동안마기로 드르륵 드르륵 등짝까지 훑어 주었다.

 

모야,, 이제 정말 늙어가는거야?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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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인데도 휴일이라 그런지 차가 많은 고속도로를

큰시숙차와 세째시숙차, 그리고 우리가 탄 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운전을 하던 남편이 뻐근한지 목을 아래 위로,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이궁,,, 왜 안 피곤하겠어..?  애처로운 마음에

한손을 뻗어 남편 어깨를 토닥이다  꼭꼭 남편의 목을 주물러주다가

맛사지해주려 온 몸의 신경이 다 집결되어 있다는 남편의 귀를 주물주물 만져주었다.

 

` 이쁘지? `

흐믓한 소리에 뒷좌석을 돌아보니 시어머님께서 빙긋이 웃고 계셨다.

 

- 이쁘긴요, 어머님께는 막내아들이니 이뻐보이시겠지만, 제게는 을매나 속 썩이는 남편인데요.-

나는 투정아닌 엄살에 엄살을 떨며 손사레를 쳤다.

 

` 서로 이뻐 하며 살아라. 나도 이렇게 되고 보니 부부밖에 없더라. `

 

지난해 11월말에 동갑이신 시아버님이 86세로 세상을 떠나신지 이제 100일 조금 넘었다.

막 운명하신 시아버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이마를 맞대 비비며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나두 데리고 가, 데리고 가,,,, 그렇게 흐느껴 우시던 시어머님.

 

하얀 끈으로 마디마디 꽁꽁 묶은 아버님을  저 멀리 안치실에 넣는 모습을 넋 놓은 듯 바라보시다가

` 여보, 안녕히 가세요 `

깊이 고개숙여 작별 인사를 하셔서 곁에 있던 자손들이 다 울었었다.

 

그렇게나 의가 좋고 오손도손  정이 좋으시던 두분이신지라 그야말로 줄초상이 날까봐 다들 걱정을 했었다.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유령처럼 미동도 없이 멍하게 지내시던 시어머님이 조금씩 기운을 차리실 즈음,

 

`아가야, 나는 우리가 나이도 먹었고 이제 갈 때도 되었으니,,,

그래서 남편을 여의어도 젊은 사람들 만큼은 슬프지 않을 줄 알았단다.

근데, 그게 아니더구나.`

하고 눈물을 보이셨었다.

 

18세 어린나이에 만나, 부모보다도 더 오랜 68년이란 세월을 함께 하신 두분이신데,

그 슬픔이, 그 허전함이, 그 막막함이, 그 외로움이,,

더하면 더했지, 어찌 젊은 사람의 그것만 못하겠는가.

 

` 이쁘지? `

운전하는 막내아들 뒷통수가 이뻐보여 하신  말씀이 아니라,

곁에 있어 든든한

만나고 싶고, 함께 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기고 싶은,,,

차마,,, 그리운,,,,  남.편. 이라는 존재를 두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을까?

 

오늘도 변함없이,,

술에 취해 헬렐레 귀가를 하고,

TV를 보다 소파에서 잠들어 애써 흔들어 깨우면 휘적휘적 덜깬 모습으로 침대로 뛰어 들어가는,,

철없고,,, 때론 밉상인 남편.

 

` 이쁘지 ?`

흐믓한 목소리로 시어머님이 내게 속삭이신다.

 

이구,,,,

참말로, 언제쯤 되어야 그 모습이 이뻐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