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나부다... 시계를 보며 투덜거리는 데, 남편이 데릴러 와 달라는 전화를 했다.
너무도 귀찮지만, 내가 안가면 더 늦어질까봐
나는 남편의 대리운전기사 노릇을 하러 가끔 한밤에 택시를 타고 출동을 한다.
역시나,,
먹다 만 다 녹은 물회를 가운데 두고 눈이 반쯤 감긴 남편이
업무와 관련하여 직원 몇명과 이야기를 하며 격려의 훈화(?)를 하고 있었다.
` 아유,,, 지금이 몇신데,,, 어서 댁에들 가셔야죠. 빨리 끝낼 것이지.. 정말 괴롭지요? `
잠시 남편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호들갑을 떠는 내게
아니라고, 사무실이 아닌 이런 자리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직원들은 남편을 두둔해 주었다.
물론,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주변 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좋은 정보가 되고
때로는 남편과 격없이 함께하는 그런 자리가 직원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됨을 안다.
나역시 그런 자리에서 얻어 듣고 배우는 것도 있다.
` 야, 내가 웃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
화장실에 다녀온 남편이 다시 자리를 잡으며 직원들의 주의를 모았다.
` 그 왜, 계열사 00본부장님 있잖아. 지난번에 만났을 때 내가 이야기를 했거든.
그거 이렇게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조금 방향을 전환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고,,
근데 그분이 뭐라시는 줄 아냐.
난 20년 동안 줄곧 이렇게 해왔는데도 아무 문제 없었어. 그러니까 괜찮아... `
` 웃기지 않냐. 그게 자랑이냐.
20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 한다는게..
20년 동안 한번도 문젯점을 생각도 안 해보고, 더 나아지려 고민도 안했다는 거 아니야 `
` 우리는 똑 같게는 한 달도 안 가는 데 말이야. `
` 고민들을 해. 공부들을 해 !!
요즘은 공부하는 놈들이 없어.
그저 하던 대로, 밀려오는 업무를 닥치는 대로 할 생각만 말고 공부들을 해.
언젠가 너희들이 그 자리에 앉게 될 때는
지금처럼 너희 아랫놈들이 답답하다,, 협조가 안된다 이런 일이 안생기도록
사통팔달 막히는 부분이 없게 될 거야. `
남편은 업무에 바빠 잠도 제대로 못자는 사람인데,,
두달에 한번 서점에서 책을 대여섯권 사서는
운동을 끝내고 샤워하는 중에 반신욕시간에도 책을 보는 것이다.
한달이면 두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 같다.
그 것도 경영에서 부터 지구의 과학까지...
나는 그냥 겉만 봐도 머리가 아픈 내용의 두터운 책들이다.
하여, 회사에서 직원들의 문젯점은 거의 남편이 건드려 주기도, 해결해 주기도 한다고..
- 개발 - 부서에 있는 남편과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한 달에도 몇번을 고쳐 생각하고 향상 된 것들을 만들어야 할 터인데,
계열사 본부장의 20년을 같은 방법으로 꾸준히 해 왔다는 자랑이
절대로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오히려 정리해야 할 퇴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문득, 직장생활도 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도 같은 경우라 생각이 들었다.
까딱 잘못하면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매일을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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