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소나무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었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도 날아와 싹을 키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홀씨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 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 본 적 있었던가!
박남준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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