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수서는 지하철 3호선 종점인데, 역장님이 세련된 분이신지..
출근을 서두르며 전철을 기다리는 아침 시간이면 구내방송으로 가곡을 들려주신다.
`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맑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없다.
내 동무 어디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저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 `
홀로 있다는 것, 외로움, 그리움, 눈물....
오늘 아침 곡은 동무생각이었는데, 노래를 들으니..
문득 마음이 그리움으로 출렁이며,, 어제 본 조카의 분홍구두가 생각이 났다.
어제는 친정에 잠깐 다녀왔다.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며 급하게 문을 닫으려 하는데 뒷자석 밑바닥에
자그마한 분홍 구두가 보였다.
지난 토요일, 올케언니와 조카들을 내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잠들어서 서둘러 안고 가는 바람에 신발을 차에 두고 간듯 했다.
친정엄마께 전달해 달래야지... 얼른 구두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5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여다 본 2살짜리 조카의 구두.
베네통 분홍색 골덴 구두는,,, 조카가 별로 흙을 밟지도 않았을텐데,,
때가 묻고,, 주름도 제법 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 앙증맞은 구두를 보니 마치도 까르르 웃는 조카를 바로 옆에서 보는 듯
마음이 기뻐지고 미소가 지어지며 조카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갔었다.
대학때 너무도 싫은 성당 남자 선배와 등산을 간 일이 있었다.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구해다 준 선배가 내게 요구한 것은 등산을 함께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산 오르는 중간에 그 선배가 등산화 끈을 고쳐매는데
그 선배가 싫으니,, 어쩜 그렇게 선배가 신고있는 등산화까지 지저분해 보이고 싫던지..
끝내 등을 돌리고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특별할 것도 없는 자그마한 구두 밑바닥의 사과그림 조차도 어쩜 그렇게 이쁜지..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쓰다듬고,, 또 들여다보게 되고,,
이래서 좋아하는 사람은 그 털끝만 보아도 좋다고 하나부다... ^^
TV에서 실종된 아이들 이야기만 나와도 올케언니에게 조심하라 전화를 하게 된다.
우리 조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우리 모두 산 목숨이 아닐 것 같아서..
정치가 어떠네 경제가 어떠네 하면,,, 새삼스레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 되었다.
금쪽과도 같은 조카들이 살아가는데 너무 힘들지 말아야 할텐데..
세상에 어떤 욕심도 갖고 싶지않아 아이도 낳지 않고 살고 있는 우리 부부.
그런대로 편안하게 부족함 없이 누리면서 자알 살고 있다.
앞일에 대한 걱정도 지난일에 대한 후회도 없이 현재 최선을 다하자... 하면서.
우리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애착을 요구해도 끄떡없던 내가
나도 모르게 조카들 땜에 세상에 관심과 애정과 욕심마저 갖게 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남녀에게 어느 조사기관에서 물어보았단다.
어느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고 함께 있고 싶냐고..
「 해가 지고 저녁 식사를 마친 무렵, 하루 마무리를 하는 시간쯤,,
혼자만의 충분한 시간이 되어서 잠들기 전까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다. 」
응답자의 24%가 한 대답으로
시간으로 따지면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정도라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가장 많은 대답이겠거니 생각을 하는데,,
그 24%를 뺀 나머지 76%의 대답은 따로 있었다.
「 언제나,, 늘,, 」
사랑하는 사람과는 언제라고 따로 콕 꼬집어 이야기 할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언제나 늘,,, 그렇게 생각이 나고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조카를 생각하는 마음도,,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도,,
그리고,, 내가 남편을 생각하고 그리는 마음도 언제나 늘,,, 그런 것 같다.
언제나 ,,, 늘,,,
차암 좋은 말이다.
언제나 늘 생각만 해도 기쁘고 행복하고 그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바로 사랑하는 내 가족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