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날
식탁 맞은 편에 앉아 식사를 하던 남편이
갑자기 새로운 것을 인지한 듯 흠칫 놀라며
나의 모습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 왜요? `
- 음.... 너 흰머리가 많이 보인다.-
그동안 바빠 염색할 시기를 놓쳤더니
가름마 사이로 흰머리가 비죽비죽 보였나보다.
어라...?
이 남자가 이제사 조금 내가 애처롭게 보이나?
` 여기도,, 여기도,,
내가 그동안 염색을 해서 그렇지 머리가 얼마나 하얗다구요 `
난 양쪽 귀밑머리를 일부러 들춰 뿌리부분이 하얗게 된 모습을 보여주며
몹시도 불쌍한 척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남편의 말.
- 너도 이제 조금 있으면 쉰~ 인데 흰머리가 그 정도는 있겠지 -
시선을 내려 다시 밥만 묵묵히 먹는다.
뭐야 뭐야..
그럼 왜 밥먹다 말고 새삼스레 쳐다봤냐구..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정말 정 안가게 말하는 남편이다.
------- * -------
또 어느 휴일날
아무 말없이 밥만 먹는 남편에게 물을 갖다주다가
시어머님께 들은 희소식이 생각나서 남편에게 말을 해 주었다.
` 둘째 아주버님 부사장 되셨대요. `
- .... -
` 알고 있었어요? `
- 아니 -
` 승진하셨대요. 너무 잘 됐죠. 축하전화라도 드려요. `
- .... -
아무 반응없이 남편은 여전히 시선을 내리고 밥만 먹는다.
아무리 무뚝뚝해도 그렇지..
남편의 그런 무반응이 이해가 안되 맞은 편에 앉으며 나는 물었다.
` 아니, 무슨 동생이 이러냐 ?
형이 그렇게 큰 회사에 부사장이 됐다는데, 기쁘지도 않아요? `
돌아오는 울 남편의 말,
- 동생들이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는데,,
그럼 형이라고 열심히 위로 도망가야지 별 방법 있겠어? -
어..마..나.. !!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지..
물론, 세째시숙과 자기 직급이 위로 올라간다해서
그 위의 형이 반드시 동생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법도 없거니와
또 그러는 것이 아무리 당연하다고 생각이 든대도 그렇지,,,
어떻게 형이 진급을 했다는데 그렇게 밖에 말을 못할까...?
` 그럼, 큰 아주버님은 어데로 위로 도망가요? `
사업을 하시는 큰시숙을 내가 구지 들먹였다.
- 큰형은 이미 사장인데 뭘.. -
그러면서,, 자기도 생각해보니 자기 대답이 조금 우스웠던지,,
날보고 히죽이 웃는다. ^^
하여간... 누가 아니랄까봐...
설마,, 회사에서도 저리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폼새없이 말하는 남편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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