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 올케언니일게다.
매일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번 문안 전화를 하는데
오늘 오전에 내가 늦잠이 들어 아버지하고만 통화를 하였으니.. 이제 다시 전화를 하는 거겠지.`
기력이 쇠하신가.. 특별한 병도 없이 시름시름 하시는 친정어머니를 찾아가 뵌 며칠 전의 일이다.
오빠가 늦결혼하여 이제 조카가 6살이 되었으니
올케언니는 일주일에 한번, 조카들을 데리고 직접 인사드리는 날을 빼고는
6년을 매일같이 하루 3번 전화로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정성도 대단하구나...!!
결혼 20년차의 나는 새삼 올케언니의 성실함(?)에 고마운 마음과 놀라운 마음이 겹쳐졌다.
`그래그래,, 아니다, 그냥 어젯밤 잠이 안와 늦게 잠들었던거지.
그래 애비는 출근 잘 했니? 어제는 너무 늦게 들어오지 않았든?
애들은 유치원 갔니? 홍삼은 먹였니? 잘했다. 이제 애들 돌아오면 따뜻하게 감기들지 않게해라 `
전화를 끊으시곤 엄마가 흐믓하게 웃으신다.
`에유,, 착한 우리 며느리,, 6년을 하루같이 내가 매일 똑같은 말을 물어도
이제 처음 들은 질문처럼 네, 네, 잘도 대답을 해주지.`
애들은 유치원갔니? 애비는 출근했니? 홍삼은 먹였니? 아직이라구? 먹여라.
밥은 먹었니? 뭐하고 먹였니? 잘 들 먹디?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 있을까봐,,,
그것도 매일을 하루같이 6년동안을 하루 세번씩 같은 질문을 하고 계실까?
여직원 많은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나는, 이러저러 요즘 젊은 주부들의 마음을 안다.
- 엄마, 같은 얘기도 한두번인데,, 그 홍삼 먹이고, 밥 먹이고,, 그런것은 이야기 마시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다고요,, 너무 챙겨주는 것도 간섭하는 것 같아서 싫어할테고..
매번 같은 소리,, 시어머니 잔소리라고 지겹다고 할 것 같은데요..? -
` 그래, 내가 매일같이 같은 말을 물어보지.
그래도 우리 며느리,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을 그냥 - 네!- 라고 하질 않지.
꼭, - 네 어머님, 그럴께요- 그렇게 말하지.`
아침에 전화하면 애들은 일어났니? 홍삼은 먹였니? 그러면 네~네~, 어머님!
점심에 전화하면 애들은 유치원 갔다왔니? 애비는 출근했니? 그러면 네~네~, 어머님!
저녁에 전화하면 그래, 애들은 잠들 준비했니? 홈삼은 먹였니? 그러면 네~네~, 어머님!!
그러다 어쩌다 한번은 아뇨 아직 못먹였어요 하면, 어서 먹여라 그러면
또, 네~ 그럴께요 어머님! 그런단다.
우리 어머니는 요리를 아주 잘 하신다. 이런저런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이 취미시다.
또 그 맛있게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것을 좋아하신다.
게다가 그 맛있는 요리를 먹고있는 사람에게서 열심히 맛있다고 칭찬 들으시는 것을
아주 행복해 하신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청소년시절의 우리 형제들은
이것 먹어봐라 저것 좀 먹어봐라.. 식사 때마다 식탁 앞에서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성가셨고,
또한 맛있다 맛있다.. 맞장구 쳐드리기가 귀찮아져..
급기야는 해주시는 음식 안먹고 조용히 후딱 식사를 끝내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
그 자리를 기피한 적도 있었다.
( 우리 형제만 청소년기에 부모님께 못되게 한 것일까..? )
그런 시절도 있었기에 27년 이상을 다른 가정에서 자란 올케언니가
정많은 어머니의 챙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 잔소리라구? 얘, 그런 말 마라. 며칠 전에는 너희 언니가 내게 그러더라.
어머님,, 이렇게나 저희를 챙겨주시니,, 할머님은 얼마나 잘 모셨을까요? `
할머니와 친정어머니와의 고부간의 갈등은 지금 언듯 생각해도 가슴아픈 일이다.
아무리 친정어머니가 지극히 모셔도 달가와 하거나 마음 편안해 하시지 않던 할머니셨고
그런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서 삼대독자 외아들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께 애쓴다, 수고했다 한번 말씀하신 적이 없었는데,
어머니의 매번 똑같은 잔소리 보살핌을 들으며, 어머니의 부모공경 마음씨를 미루어 짐작하는
올케언니의 사려깊은 고운 마음에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아!! 우리 어머니, 할머니께 받은 시집살이 고생을 올케언니 그 마음씨로 반 쯤은 보상받으셨겠다..
그저,,,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가슴이 뭉클했었다.
뜨거운 국에 등을 데어 아파하는 어린 오빠를 품에 안고 너무도 안타까워 하셨다는 어머니는
지금까지 올케언니에게 국을 손수 끓여보내신다.
그 국을 다 먹을 때까지,, 먹을 때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고,, 어쩜 이리 음식 솜씨가 좋으시냐고 감탄사를 늘어놓는다는 올케언니.
우리 시부모님이 무엇인가 챙겨주시거나 걱정을 하시면,,
`아유 어머님,, 아무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께요. `
구십이 멀지 않은 노인분들의 쉰이 다 되어가는 자식 걱정이 송구스러워, 난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올케언니와 친정어머니와의 6년간 문안인사속 교감을 떠올리며
내가 얼마나 시부모님의 말씀을 앞에서 똑똑 잘라먹는 며느리였던가.. 생각이 든다.
또, 친정어머니의 얼마나 많은 사랑 챙김을 잔소리로 받아들였었나.. 반성도 하게 된다.
이런저런 넘치는 정에 사랑을 베푸시는 부모님과
그로 인한 번거로움마저 감사한 부모님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사려깊고 고운 올케언니가
그렇게 서로 위로하고 감사해 하며 건강히 행복을 오래오래 나누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