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몹시도 몸이 편찮으신 우리 엄마.
80세도 안되시었는데 노환이신가?
구지 어디라 콕 찝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고 편찮으시다.
지난 달, 엄마가 노인 병원을 새로이 소개 받아 강남 쪽으로 오신다 해서
내가 함께 가서 의사와 면담을 했었다.
이것저것 검사하고 문진표 작성하고, 드디어 의사와 인터뷰를 했다.
챠트를 보며 엄마께 여러가지 증세와 생활습관에 대한 질문을 하던 의사는
고개를 갸웃갸웃,,,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짓더니
마지막으로 엄마께 질문을 하였다.
` 어머님, 세상살기가 재밋으신가요? `
의사의 그 질문도 조금 놀라웠지만,,,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시는 엄마는 나를 더 당황스럽게 했다.
` 재미없지요. 정.말. 살. 기. 싫.어.요. `
.....
ㅠㅠ
의사의 그 질문과
무표정으로 곰곰히 생각하시던 여윈 모습의 엄마,
저 나락 끝에서 이제는 포기하고 싶다는 듯한 허탈한 엄마의 목소리가
한동안 내 마음에 남아 나를 슬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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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작아(?) 본 대회는 차마 보지도 못하고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경기를 재방송으로 몇번이나 돌려보며 미소짓는데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우리집 첫 3세대, 오빠 딸, 은수가 오늘 유치원 졸업식이었단다.
그렇군요~
다음주 수요일이 초등 입학식이라 모든 일정을 거기에 맞추어 놓았는데,
유치원 졸업식은 알지 못해서 미처 축하전화도 못해주었다.
이그.. 고모라는 사람이.. 우리집 첫 아이인데... 이그..
엄마는 안타까워하시며
사립초등으로 교복을 입게되니 고모로서 아이 교복을 선물해 주라신다.
엄마엄마 TV 보셨어요? 김연아가 얼마나 장한지 모르겠어요. 막 눈물이 나네요.
내 그말에,,,
` 남의 집 굿이 그리 재미있드냐.
난 지금 내 집 굿 재미가 훨씬 좋더라.`
순간, 출~~렁,,, 가슴이 따뜻해졌다.
온 나라가 그 열기로 그 환호로 들썩이는데,
몸이 너무 아파,, 세상,, 아무 재미 없다시던 우리엄마.
오빠 마흔 넷에 가진 꼬몰꼬몰 아이가
이제 겨우 초등학교 가며 교복입고 책가방 맨다는 말에,
그 병아리 몸짓에 모처럼 밝은 희망의 기쁨을 맛보시나부다.
감사 감사
그래요. 엄마,,
그렇게 작은 삶에서 생기를 느끼시고, 기운을 차리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내 집.
흥겨운 내 집 굿.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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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소이다 10.02.28 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