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나를 쫓아오는 태양

때로는 2004. 3. 29. 18:48

 

 

드디어....
과로에.. 몸살기운에.. 어쩌구.. 하다가 늦잠을 잤다.

새벽 네시에 아버지가 전화로 깨워주셨을 때만해도 즉시 일어나리라 생각을 했는데,
따뜻한 침대에서 잠깐 명상(?)을 한다는 것이 그마~~안!!   > . <
다섯시 삼십분에 아버지가 전화를 다시 주셨을때까지 마냥 잠의 꿀맛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헐레벌떡!
늦어도 다섯시 오십분에는 나가야 한다.

샤워를 하고, 얼굴에는 대충 로션만 바르고...
색칠(?)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고,,
그래도 봄이라고 노랑색 쟈켓에 실크스카프를 급히 챙기며
화장대 거울에 모습을 비추어 보니 그야말로 요괴인간 한마리 나가신다. ㅠㅠ

급히 시동을 걸고,, 바람처럼 내달렸다.
어쩌지?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차가.. 도로에 차가 너무 많다.
익히 다 외운 올림픽대로의 과속단속 무인카메라.
그 근처 가면 좌~~아악 속도계바늘이 떨어진다.  ㅡ . ㅡ
이렇게 요리조리 달릴 수 있으면서 평상시는 어찌 그렇게 내숭스럽게 다녔을까?

드디어 인천 국제 공항가는 메인 길에 올라섰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꾸~~~욱 악셀레이터만 밟으면 된다.
점점 올라가는 속도계바늘!!

아 아... 앞차가 급히 내 앞으로 다가온다.
이런 이런, 이런 곳에서 저렇게 천천히 달리다니.. 쯧!
급히 방향지시등 넣고 옆차선 추월선으로 간다.
한참을 달리니,,, 또다른 앞차가 뒹굴뒹굴 여유있게 가고 있다.
바로 옆 차선에는  범생이 차량이 규정속도로 가고...

아 아... 정말 큰일이네.. 이러다간 지각을 하겠네..
분명 앞차는 시속 110으로 달리고 있지만,
더 빨리 가지 않으려면 비키라고 헤드라이트를 깜빡였다.
패싱..패싱..

절대, 그 비싼 중형세단, 더 빨리 가지도 비키지도 않는다.
급하게, 급하게, 옆차선, 옆차선, 변경을 해 가며 앞으로 앞으로, 슈웅~~
40대 아줌마 카레이서 탄생하셨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 하면서.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아까 내가 뒤에서 깜빡거렸던 중형세단, 화가 났다보다.
어디서부터 쫓아왔는지 부리나케 달려와서 처억 내 앞에 끼어든다.

다시 떨어지는 속도계 바늘!!
나는 옆으로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서 다시 달린다.
그 중형세단, 또 다시 내리 쫓아오더니 내 앞에 파~악 끼어든다. ㅠㅠ

아저씨야, 아저씨야, 화났으면 미안해.
내가 내가 너무 급해서 그런거야,, 화풀어 화풀어..
비맞은 무엇(?)처럼 중얼거리면서 도망가고,, 또 앞에서 끼어들고..

안되겠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러나, 얼굴좀 보자.
끼어든 줄에서 도망나와 나란히 옆차선에 차를 달리며 그쪽을 보니,
그쪽도 나를 본다.

뭐야 뭐야, 누가 싸우고 싶대? 왜 끼어들고 난리야. 싸울 시간도 없단 말이야.
속 마음은 그랬는데,,

봐요. 봐봤자 지각 안할려고 정신없는 불쌍한 아줌마하나 있잖아요.
그래요 아저씨 차가 훨씬 빠른차예요. 누가 뭐래요. 좋은 아침인데 화 풀어요.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면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손을 흔들어 주고 있는 내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끗 웃음도 흘려주고..

바로 그 때,
140근처로 함께 달리던 그차가 쑤욱~~~~ 뒤로 빠지고 있었다.
엥? 정신없는 아줌마 보니깐 戰意가 갑자기 사라지셨나?

아니지,, 그래도 미인은 볼 줄 알아가지고..
멋진 여성에게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나보지? ㅋㅋㅋ

자신만만 웃음을 지으며 룸미러로 뒤를 본 순간,
갑자기 숨이 터억 멎었다.

서쪽이라 해뜨는 광경을 본적이 없었던 그동안 삼개월이었다.

달리고 있는 내 차 뒤로
주홍의 두웅~~그런.......
광채도 없는 진한 홍시같은 빛깔의 커다란 아침해가
이제 마악 아스팔트에서 기어올라 나를 쫓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숨가쁜 삶의 현장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내 뒤로
붉은 해가 말없이,, 든든히,, 받쳐주며 따라오고 있다는 그 느낌.
모든 생각이 정지되고, 더 오래 그 모습을 눈에 마음에 담아 두고 싶은 마음.
감동 감동,, 진한 감동.... ♥

말로는 퇴근시간이 오후 네시인데,
거래선 사장님들과의 미팅으로 여섯시가 넘어서야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세요?  철인도 아니고 말이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투덜투덜하는 내게 누군가 말을 해 준다.

어, 오늘 아침 신문에 비슷한 여성들 나왔는데..
박*혜, 강*실, 추*애, 전*옥,,, 그런 사람들도 새벽 네시에 일어난다네.
성공한 새벽형 인간있잖아..
어허, 이제보니 누구랑 비슷한 것 같은데?

으이구... 듣기좋은 소리는?? 입에 침이나 바르시지요.
어디다 비교를? 흥, 가당치도 않네.. 삐죽이며 말은 그렇게 했는데,

아침마다 내달리는 나를 헐레벌떡 쫓아오는 태양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
든든히 뒤에서 기운찬 태양이 말없이 꾸욱 밀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태양을 빽으로???

으쓱 으쓱...

참, 좋은 날이다.
컨디션 조절도 잘해서 지각도 하지말고,
규정속도 넘어서 과속 같은 것도 하지말고,
잘 살아야지. 착하게 이쁘게 잘 살아야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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