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쉬는 날이라 따뜻한 햇살이 창안으로 깊숙이 들어올때까지 늦잠을 잤다.
아버지는 새벽미사를 다녀오시고,,
엄마는 이것저것 주방에서 맛잇는 냄새를 풍기시고,,
나만 어리광부리듯, 엄마가 깨우러 오실때까지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렸다.
나 땜에 다들 늦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아버지는 콩나물을 사러 슈퍼를 가셨다.
엄마가 나를 위해 오후에 맛있는 아구찜을 해준시다고.. ^^
느긋하게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으며 TV를 보려는데,,
자꾸 거슬리게 엄마가 내 앞에서 왔다갔다 하셨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가만히 보니
엄마가 거실에서 주방까지를 빙그르르 돌고계셨다.
우리엄마.
아무리 귀찮더라도 꼬옥 아침 운동은 나가시던 분이신데,,
아주 추운 날은 하다못해 아파트 층계를 오르락 내리락 하시기라도 하셨었는데,
춥기도 하거니와 이제는 몸이 안좋으셔서 집안에서 운동을 하신다.
그런데, 안마의자를 들여오는 대신 치워버린 러닝머신 땜에
그렇게 집안을 빙글빙글 돌고 계신 것이었다.
마침 그때 스피커를 통해 아파트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이 나왔다.
- 아, 아,, 00아파트 주민여러분께 알립니다.
2006년도 새해를 맞이하여 경로당에서는
기존 어르신들과 새로오신 어르신들과의 하례식을 거행합니다.
윷놀이 대회도 있고 점심으로는 떡국도 준비되어 있으니
00아파트 어르신들은 많이 참석하여 주시고
주민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엄마 엄마, 경로당에서 오시라는데요. `
우리엄마 올해 71세, 아버지가 73세.
엄마도 들으셨을텐데,
나는 뭐라 대답을 하시나,, 장난삼아 엄마께 큰소리로 말했다.
` 나 노인 아니야. 나 이십대야. `
엄마는 목에 힘 엄청주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획 돌아 주방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셨다.
엥?
웃음이 나와 엄마를 보니..
운동복 대신 엉덩이 불쑥, 무릎 불쑥 나온 분홍 내복바람에
작년 허리 수술땜에 허리에는 하얀 복대를 둘르시고,
머리에는 또 정말 어울리게 이쁜 꽃핀을 몇개 꽂으시고,,
그렇게 엄마는 설흔,, 설흔 다섯,, 마흔,,,, 열심히 거실에서 주방까지를 돌고 계셨다.
아직은 경로당 가실 노인이 아니라고,,
아니, 게다가 이십대라고.... 당당하시기까지.. ^^
어찌나 그 모습이 귀엽던지...
엄마를 쫓아 나도 빙글빙글 집안을 돌았다.
어지럽다고,,, 너는 나가서 하라고,,,
아,, 내일이면 출장갔던 남편이 돌아오니까 집에 가야하는데,
어쩐지... 시간이 조금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