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러 나서는 치맛자락 속으로 푹푹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낯설은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주방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하늘과 전경은 말끄러미 고국의 가을빛을 닮아가고 있네요.
참,,, 세월이라는 것이,, 그리고,,, 익숙함이라는 것이...
계절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웬지모를 아쉬움이 밀려오네요.
대모님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저는 겨울을 좋아한답니다.
봄과 가을은 너무 싱숭생숭해서 갈피를 못잡겠어서 차라리 쨍~하니 추운 계절을 더 좋아하죠.
근데,, 제가 좋아하는 계절로 곧 갈거라고 저를 위로하려해도,,
그것마저 이곳에서는 제게 또다른 낯선 모습일테니 그저 지금을 붙잡고만 싶은지 도리질을 하게 되네요.
다음주 금요일에 이삿짐이 들어온다고 해서 상해로 갈거예요.
이제 겨우 남편이 있는 이 작은 공간에 익숙해 졌는데,
그곳에서 제 짐들을 풀으며 다시 또 새로 시작을 해야 한다니,, 그것마저 한숨이 나고 걱정이 되요.
점점 힘없고 나약한 제가 되는 듯..
대모님이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한강 고수부지를 생각했어요.
저는 해지는 석양을 좋아하지요.
회사 퇴근무렵이면 부랴부랴 차를 몰아 잠실 한강고수부지에 가서
해가 지는 모습을 질리도록 보고,,, 끝내 주위가 컴컴해지면 집으로 돌아오기도 여러번했었지요.
모든 뜨거웠던 것을 다 버리고 점점 주위에 엷게 물들어 가는...
결국은 어둠속에 묻히는 서쪽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저 역시 다 버린 듯 편안해지곤 했었지요.
그곳에서의 허허로운 제 시간들이 생각이 나,, 오늘은 웬지 마음도 조금 센치해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오롯이 혼자인 시간에 기도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것도 잘 안되네요.
겨우겨우 - 창립사 - 올리는 것이 고작이네요.^^
집에서 중국어를 2시간씩 배우고 있는데,
선생이 남편에게 자기가 만나본 학생중에 제가 제일 우수하다고 했대요. ^^
( 그녀는 원래 남편의 선생인데, 여기 있는 2주동안 저도 배울수 있게끔 해주었거든요. )
어서어서 배워,,, 자유로이 제 시간과 공간들을 쓸 수 있게 되면 이런 섬같은 느낌을 벗어날 수 있겠지요?
지금 팥을 삶고 있어요.
삭막한 공간에 모처럼 구수한 냄새가 나네요.
오늘은 맛있는 팥밥으로 남편에게 서비스해야지. ^^
아직도 그곳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고하니..
대모님,, 건강 주의하시구요,,
안녕히.. 꾸벅!!
( 이궁,, 멜랑꼴리는 요주의라고 성녀께서 말씀하셨는데,,
휑설수설 제 글에,, 대모님이 흉이나 안보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