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인지

때로는 2004. 1. 1. 19:37

 

지난 성탄 이브에 회사에서 인사 발령이 났다.
그동안 열심히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오랜 경력에 익숙해져 거의 눈 감고도 업무를 척척 진행하며
터줏대감처럼 호령을 하면서 생활하던 내게 갑자기 이동명령이 났다.

 

인사명령이 난 순간,,,
난 문득 하느님이 생각났었다.
아하... 나태해질대로 나태해진 나에게 하느님이 뛰라고 하시는구나.

 

그동안 열심히 살려고 애를 썼다. 특히, 지난 두해는..
집과 회사가 차로 십분 거리에 있으니 회사일도 시간 관계없이 열심히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 여유에
시간을 낭비하지않으려,, 정신을 멍하니 두지 않으려 애를 썼다.


새벽부터 학원을 다니며 외국어를 배우고,
재즈에 탭댄스에, 인라인 동우회에.. 일기를 쓰다 발전해 컴퓨터 중독까지.
내 남아도는 시간을 그냥 둘수 없어 나를 스스로 들들 볶아댔었다.

 

여유시간에는 미사리 근처 카페에서 친구들과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때론,, 기분좋게 술을 마시고 흐믓해 하기도 했다.

늦은 밤이면 한강고수부지에서 밤하늘의 별을 따라 혼자 조깅을 하며

주말부부 외로움을 즐기기도 했고,,
여행에 갖은 문화적 혜택에,... 그야말로 누릴 수 있는만큼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착하게 살려고도 애썼다.

결코 부자가 아닌 생활이었지만,

과장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감사해 하고....

 

그러나...

그것은 남들에게는 결코 자연스럽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유람삼아 살아가는 듯하게 보였을까?

아니 유유자적, 어느새 칠십 노인네 생활같아 보였을까?
회사 상사, 동료들의 부러움반 질투반의 눈빛들, 핀잔들..

내가 속한 어느 카페에서 지난해에 회원들에게 백문백답을 요구했었다.
많은 일반적인 질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심정에 대해 묻는 몇가지 질문에 대답을 주저하는 나를 느꼈었다.

 

<질문>  당신이 지금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  당신에게 지금 작은 바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안정적이지 못한, 편안하지 못한 내 삶이 불안하다. 그렇게 대답한 회원들 속에

나는 무슨 바램을 적을까 한참을 고심해야 했다.

 

지금 내가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인지....

 

지금 내게 있어 작은 바램이 있다면       

  -     지금의 내 모습이 가식이 아니기를...

 

그 이후에도 나는 가끔씩 그 질문과 내가 했던 답을 떠올려야했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너무 익숙하게 세월만 보내는 것은 아닌가?

 

새로 이동한 근무처는 남직원이라면 누구나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업무실적이 날로 향상 되는,,  그야말로 진급할 수 있는 최상의 기반인 곳이다.

그러나,, 여성이라면,, 특히나 나같이 거주지가 먼 여성이라면,,
그냥 있던 곳에서 그냥 편히 있다가 퇴사하고 싶을 것이었다.

많은 여직원들이 한시간 반이상의 내 통근거리에 걱정하며  나의 승진을 기원했다.


사실,, 먼거리는 둘째치고라도
내 나이 마흔둘에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 지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할까?

남녀차별 없이 당당하게 씩씩하게 일하고 싶다고 큰소리 치던 내가

앞서 뛰어가는 환경에서 그 많은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잘 해낼 수는 있을까 두려움도 밀려온다.

 

이미 내 경력이나 내 직급이나.. 어느 누구에게 징징거릴 수는 없다.
이미 내 나이나 그  동안의 내 생활이나 하느님께 징징거릴 수도 없다.

 

이왕 태어난 이 세상 , 이왕 다니는 이 회사

한 획을  긋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만족을 갖고 싶다.

 

그저... 이 기회에 한번 다시 뛰고 싶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불안해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다시 한번 헐떡거리는 사회의 심장소리에
내 발걸음을 맞추고 싶다.

 

뛰자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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