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은 참으로 무뚝뚝하다.
어쩌면 그 무뚝뚝한 성품때문에 부모님의 결혼 반대가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도 마음에 안드셔서 결국은 내곁에서 떼어내 버리신
4년을 알고지내던 내 대학시절 남친까지 비교해 가며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하셨었다.
` 남자들은 보통, 그 애처럼 연애할 때 여자에게 간이라도 빼줄 듯 잘해줘도
결혼하면 무심해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그 사람은 연애하는 놈이 제 똥고집이냐? `
마누라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
뭐,, 그런 속담은 그만두고라도
다정다감,, 모든 것을 나를 위해 맞추어주던 남친에 비하면
정말 남편은 저 혼자 잘난 사람같기는 했었다.
그땐 나도 눈에 검불이 씌우긴 씌었었나보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주관이 뚜렷해보이고 리드력이 있어보였으니... ^^
남편은 결혼을 하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오히려 깊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사람같다.
비록 말은 많이 하지 않지만,
일반 다른 가정의 남편들이 무심히 넘어가는 일에도 세심히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편이다.
친정 엄마도 이제는 조금 안심하시는 눈치시고.. ^^
그러나 ,,
결혼한지 열 여덟해가 지났건만,
곰살맞지 못한 사위에 대해 흡족해하시지 못하는 친정부모님의 감정은 엷어지긴 했지만 여전하신 것 같다.
또한,, 자신에 대해 탐탁해 하지 않으셨던 처갓댁 어른에 대한 남편의 섭섭한 감정이
아주 가끔 취중농담에 은연중 아직도 섞여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조심스럽고,, 하여간,, 그랬다.
지지난 주인가...?
남편이 회사 직원들과 약속이 있어 늦게 들어온다고 한 날 ,, 한밤중에 친정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 얘야, 너네 곽서방,,, 무슨 일 있니? `
뜬금없이 한밤에 전화하셔서 다짜고짜 물어보시니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었다.
` 아니요? 왜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
무슨 큰 사고가 났는데,, 연락이 그쪽으로 갔나?
` 아~~~~니~~~, 그게 아니고~~~~,, `
갑자기 뜸을 들이시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 갑자기 전화해서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 장모님 사랑합니다 - 그러더라.
아니, 그 사람이 웬일이니? `
내~~참, 웃음이 나와서.. ^^
울 남편은 평상시는 말도 없고 무뚝뚝하기가 이를데 없는데,,
기분좋게 술을 마시고 난 날은 가끔이지만 또 그렇게 귀엽기가 ... ㅋㅋㅋ
아무도 모르는 울 남편의 모습인데,, 이번에는 웬일로 그 어려운 친정에 전화를 했을까?
` 얘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 `
` 일은요,, 엄마를 사랑하니까 사랑한다고 하겠지요. 엄마 좋으시겠네요.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사랑한다고 해서.. ㅎㅎ `
그리고 새벽 두시쯤 남편이 헬렐레 기분좋은 모습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씻고 바로 자려는 남편에게 나는 물어보았었다.
` 엄마께 전화드렸어요? 웬일이래요? 엄마가 놀래서 전화하셨던데요? `
남편은 히~죽이 날 보고 웃더니 그냥 침대에 픽! 쓰러졌었다.
그 다음날,, 엄마는 다시 전화로 내게 물어보셨다.
곽서방이 혹시 어제 당신께 전화건 것 기억하고 있더냐고,,
몇번이고 술김에 한말이 아닐까 확인에 확인을 하셨다.
그리도 좋으실까?
진작에 마음을 좀 보여드리지.. 오히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제..
우리 친정부모님과 남편은 남편의 취중 사랑고백으로 아주 사이가 더 없이 좋다.
물론, 옛날에도 사이가 안 좋은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정말 부모님이 흡족해 하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또한 언제부터였는지 남편도 자신을 거부했던 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이 없어진 듯하다.
옛날에는 그저 우리 둘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는
이상한 핑계로 우리 둘 밖에 모르던 사람이
백화점 쇼핑하다가도 장모님께 어울릴 디자인이라며 예정에 없던 제품을 선뜻 구매를 하곤 한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러게.. 누가 말했던가. 잡은 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고..
다 제 입장에서 제 변명만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오롯이 제 것이었을때 더욱 알뜰히 보듬고 사랑을 주고 오래오래 간직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깊고,
내일보다는 더 긴 날들에 더 진한 사랑과 향기를 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이고 남편이고 우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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