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나누어 하기

때로는 2005. 10. 30. 00:30

` 오늘은 마트에서 뭐 살 것 없니?`

남편이 냉장고를 열어보며 내게 물어본다.

- 없는 것 같은데요. 왜요, 뭐 필요한 것 있어요? -

` 마트에도 들릴려구.. 흠... 계란은 아직 열네알이나 있구.. `

 

동네 대모산에 함께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할인마트에 들러

일주일치 식료품을 사오는 것이 평상시 우리 부부의 휴일 스케쥴이다.

특히나 남편은 마트에서 직접 카트를 끌고 다니며 새 상품들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역시 오늘도 남편은 냉장고며 식료품 넣어두는 선반이며를 부지런히 챙겨본다.

 

저녁에 고기나 맛있게 구워서 상추에 싸먹을까?

상추를 사야겠네?..  생각하는 내게 남편이 필요한 것들을 주렁주렁 이야기해 주었다.

 

` 응, 화장실 닦는 세제가 다 떨어져서 사야겠더라. 

유한락스랑 무균무때나 홈스타랑,,, 아, 그거 곰팡이에 뿌리는 그것도 다 떨어졌어. `

 

지난번 언젠가에도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보는데,,

남편이 퐁퐁이 다 떨어졌네,, 가루비누가 거의 바닥이 나고 있으니 사야하네..

섬유 유연제를 더 사는 것이 좋겠네.. 하여

을매나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면 저러나... 하고

거기있는 종업원들이 흉볼까 민망했는데

오늘 또 남편의 구매 희망사항이 일반 가정주부들이 챙기는 그런 것들이었다.

 

어느새 해가 짧아져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데 어둑해져 있었다.

쇼핑을 간단히 하고 빨리 귀가해서 저녁식사를 일찍 끝내자는 내 말에

남편은 또 다시 주렁주렁 그 세제며 사야할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 근데요,, 홈스타는 산지 얼마 안되는 것 같은데 벌써 다 썼어요? -

` 응  내가 아침에 화장실 청소하면서 보니까 거의 없더라.  오늘 꼭 사야해 `

이궁... 어제 본 영화에서 남자 가정부가 나오더니만,, 울 남편 대사가 영락없는 가정부 대사다.

 

우리 부부는 집안일을 거의 분업을 한다.

둘이 십오년 넘게 맞벌이를 해서 그렇게 되었을까?

하여간 언제서 부터인가 아주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는 우리 부부이다.

 

압력밥솥에 하는 밥물은 남편이 잘 보아서 밥은 남편이 하고,,

국과 찌개와 나물무침 등은 내가 잘하니 반찬은 내가 한다.

대체로 상추 등 야채는 남편이 두번에 걸쳐서 씻고

식탁은 내가 꾸미니,, 남편이 밥먹은 설겆이를 하고,,

과일 깎기, 차 끓이기 등 후식과 뒷정리는 내가 하는 편이다.

세탁기에 빨래 돌리기, 다림질 하기는 서로 되는대로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빨래 접기, 정돈하여 서랍에 넣기는 내가 한다.

집안 청소, 정리정돈은 대체로 내가 하고 화장실 청소는 남편이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화장실 등의 세제 리필은 남편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 쵸코파이가 한 box 가격으로 두 box 를 준다기에

쵸코파이에 카스타드 케익에 오트 골드에...

과자를 듬뿍 가져다 카트에 담으며 흐믓해 하고 있는 내게

` 아.. 무균무때도 없고 홈스타도 없네. 그건 다음에 사야겠다. `

남편이 아쉬운 듯 말을 하는 것이었다.

참말,, 거꾸로 사는 집안 같은 느낌이 또 문득 든다.

나,, 반성해야 하는가??

 

레드망고에서 젤로 큰 사이즈 아이스크림에 토핑도 듬뿍 얹어 후식으로 사갖고 돌아와서

우리 부부는 급히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남편은 상추와 야채를 씻고 나는 두부를 팬에 부치고

남편이 와인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고기를 구웠다.

 

맛있는 식사 후 남편이 설겆이를 하는 동안 나는 세탁기를 돌렸다.

그런데, 세탁기 옆 세제 얹어두는 선반을 보니 홈스타가 용기에 반이나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 어머나, 여기 홈스타 많이 있는 걸요 -

` 응, 그것밖에 없어서,, 오늘 청소하면 없을까봐 미리 사둘려고 했지 `

- 맙소사,, 반병이나 있는데, 이 정도면 나는 한달을 쓰겠는데요. -

` 그래??  내가 너무 세제를 헤피 쓰나? `

 

이제는 집안의 가정부 대하듯  남편에게 세제 아끼라 말하는 얄미운 여편네마저 된 듯하다.

이궁.. 미안한 마음이 든다.

 

- 그냥 놔 둬요. 담부터는 내가 화장실 청소 할께요. -

` 아냐,, 내가 아껴 써 보도록 할께`

 

하여간 시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으니 망정이지..

우리들의 대화를 옅들으시면 내가 당신의 귀한 막내아들을 엄청 부려먹는 줄 아실 것 같다.

 

어느새 손발이 척척 맞아 집안일을 분담 하고는 있지만,

내가 점점 게을러 지거나 너무 남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부지런히 설겆이를 끝내고 담배 피우러 현관을 나가는 남편을 볼때면 마음이 쫌 그렇다.

 

정말 다음부터는 내가 조금 더 집안일을 많이 할까부다.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교  (0) 2005.11.30
사람을 평가한다  (0) 2005.11.10
나의 단점을 말할께..  (0) 2005.09.30
사랑 고백  (0) 2005.09.12
미래,,, 그리고 희망...  (0) 200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