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사람을 평가한다

때로는 2005. 11. 10. 08:56

어제는 퇴근후 남편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 광양불고기`

얼마전 TV드라마에서 불고기 먹는 장면을 보고부터는

달~달한 양념을 한 불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잊지않고 사 주었다.

역삼동의 아주 떡벌어지게 차린 음식점인데,,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았다. ^^

 

식사가 거의 끝날즈음 남편에게 업무용 전화가 왔다.

통화가 한참 길어지는데

오는 이야기야 안 들리지만 가는 이야기를 언듯 들으니

고과가 어떻구, 비 마이너스 이상은 되어야 하구

보내주면 받을테구..

우린 똑똑한 애들 가려 뽑으니 그 점수는 안된다 하구..

하여간 누군가 남편회사로 이동이 있을 예정인데

그 사람의 근무평가를 하는 사람이 남편에게 상의를 하는 것 같았다.

 

전화를 끊었길래 나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남편밑으로 오고 싶다고 지원한 사람이 몇 있는데

남편은 본인이 원한다면 받아주겠다고 했다고..

그런데 현재 있는 회사에서  근무평가 기간이어서

어차피 보낼 사람들이니 그 사람들 몫의 좋은 점수를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는 이야기란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아무리 진급시키고 싶은 놈이 있더라도 남의 몫을 빼서 주려는 게 말이 안된단다.

오는 놈도 그 인사성적 갖고 와야하는데 뺏기고 남은 성적이 오죽 하겠냐고..

그리고 인사평가를 도대체 이상하게 하는 것 같다고 못마땅해 했다.

 

나도 영업에 있을때 많은 직원들의 근무평가를 하면서 공정성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어

남편은 그럼 어떻게 고과를 하냐고 내 경험을 들어 물어보았다.

남편은 회사 관련이야기는 절대 집에서 하지 않는편이다.

특히... 인사관련이야기는 절대로..

 

남편의 회사는 인사고과 하위10%는 무조건 퇴직이란다.

 

- 나는 말야, 전체 기준평점에 맞추어  고만고만 하게 직원들 인사점수를 주고..

다음 시즌에는 그 순서 그대로 뒤집어 놓고 인사점수를 주지...

결국 평균은 똑 같아지게 고루 점수를 주지.

 

특별히 영어를 잘하거나 뭐 그런 자격이 있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런 사람은 가산점을 줄 수도 있겠지만 결국 비슷해.

 

또 물론 확실하게 이 놈은 아니다 하는 경우도 있지.

결국 그런 놈 어쩌다 하나는 제거하겠지만,,

그 외에는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균등한 점수를 받아.

 

그리고 진급철이 되면 내가 직접 관련임원을 찾아가서

그 직원을 진급시켜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 피력을 하지.

 

다른 부서는 인사고과 점수 낮아서 짤리는 애들도 있지만

내 밑에서는 진급을 어쩌다 제때에 못하는 직원은 있을지 몰라도

짤리는 놈은 한놈도 없었어.

 

다른 부서 직원들도 그런 점을 많이 부러워 하고 있지..  -

 

그저 평점에 맞춘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근무평가가 아니지 아닐까요?

물론 한사람 한사람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겠지만

그래도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객관적이지 않은 것 같네요.

 

-  사람은 말이야. 자세히 보면 다 그나름대로 장점이 있어.

결국, 상사라는 것은

부하직원들의 나름의 장점을 얼마나 제대로  캐취해서 일을 시키느냐는 거지.

 

` 이렇게 해!! `

무조건 내 방식만을 주장하면서 명령을 한다고 요즘 애들은 안따라오지.

응. 물론 따라오는 애들도 있겠다.

그런 경우는 두 종류야.

아주 명석하고 뛰어난 놈이거나

아니면 아주 아무 생각없는 병신같은 놈이지.

 

각기 다른 특성을 각자 잘 활용해서 업무를 잘 하게 지도하고 관리하는게

바로 내 임무잖아.

내 직원들은 그런 나를 믿고 자기역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서 하지.

그러니.. 고루 평점이 나오는 거 아니겠어.

난 항상 내 밑의 직원들의 각기 다른 장점을 보도록 노력을 해. -

 

나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남편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아... 이래서 이 사람은 그 큰 회사에서 빽없이도 높은 자리에 올라있게 되는구나. `

 

계집애 같이 삐죽빼죽 해가면서 그저 부하 탓으로나 책임을 돌리려는

애사심도, 부하사랑도 없는 우리회사 일부 상사를 떠올리면서... 

그저 남편에게 흐믓한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요즘 내가 공부하고 있는 `조직 이론`에 `리더십`, `직원관리` ` 평가와 관리`등등

뭐 그런 내용들이 있어 열심히 외우고 있었는데,,

그것들 보다도 더 마음에 와 닿는 남편의 말과 행동이었다. ^^

 

나도 그렇게 해야지...

나도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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