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사랑해

때로는 2006. 7. 22. 09:23

집안 청소를 해주시겠다고 친정부모님이 오셨다.

오시자 마자 아버지는 진열장의 양주병을 닦으시고,,

엄마는 화장대의 향수병을 하나하나 닦으시고,,

고모는 창틀의 먼지까지 꼼꼼히 닦아주셨다.

몸이 아픈것이 컨디션이 조금 안좋았지만 덕분에 집안이 깨끗해 졌다.

점심식사로 엄마는 피자가,, 아버지는 울면이 드시고 싶다시니..

울면에 짜장면을 시키고, 피자를 한판 시켰다.

요것저것 입맛대로 잔뜩 먹고,, 남은 피자는 아버지 차에 실어드리고

정리를 하고 있는 중에 남편이 왔다.

 

점심도 안먹고 지금 간다고 남편이 구지 내게 전화를 한 것은

아마도 맛있는 식탁을 차려주겠지 기대를 했을텐데..

1번 라면, 2번 냉면, 3번 칼국수,,

그렇게 남편 샤워하는 중에 문틈으로 물으니 3번이란다.

물론,, 인스턴트,, 칼국수.

 

물을 끓이면서 김치를 내놓는데 남편이 오더니

칼국수와 스프를 넣고 흰떡에 계란까지,.. 배가 고픈지 어지간히 양을 늘린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고 설겆이하는 남편에게 엄마는 미안하신지

연신 내게 대신 하라 눈짓을 주셨다.

` 괜찮습니다 장모님. 보통때도 설겆이는 제가 다 하는걸요. `

 

그리고  우리는 농협 하나로 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하이얀 바지에 남편은 하늘색 세로줄무늬가있는 티셔츠.

나도 하이얀 바지에 꽃핑크 가로줄무늬가 있는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주, 집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러 나갔다가

골프웨어 코너에서 비싼 돈 주고 티셔츠랑 브라우스, 조끼를 샀었다.

비싸서,,, 사실 집에서 입을 옷이 아니지만,

회사 다니는 나는 맨날 그래서 집에서 입는 웃이 부실해서 남편이 짜증을 냈었다.

그래서 외출 할 때나 입어야지 하며 샀지만

사실 내게 회사 출근말고 시장 가는 것 말고 외출이랄 것이 별로 없다.

 

그렇게 입고 나가니.. 엄마가 내 귀에 속삭이셨다.

` 이쁘다. 그냥 그렇게 곽서방이 하자는대로 하고 살아라. `

 

엄나네 미나리 한단, 우리도 한단.

커다란 무우와 양배추는 엄마네랑 반으로 갈라 나누기로 하고..

낙지랑 볶아드신다고 전복도 사시고

닭대신 건강에 좋다고 훈제오리도 사시고,,

그렇게 우리는 쇼핑카트 수북히 장을 보고 남편이 계산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전문점에 들러, 제일 맛있는 부위 소고기도 사드리고,,

청소 값으로 이렇게 푸짐히 장을 보게 하면

매일이라도 청소 와야겠다고 엄마가 하나가득 웃으셨다.

 

멀리서도 하얀 바지에 시원한 하늘색 줄무늬의 남편이 눈에 확 뜨이고 멋있게 보였다.

멀리서도 하얀 바지에 화려한 꽃핑크 줄무늬 내모습이 눈에 확 뜨이더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래,, 그래,, 너무 아낀다고 동동대는것 이제 조금 그만하자..

 

한참을 쇼핑하고 다니고 뭐 어쩌고 했더니 피곤했나보다.

부모님은 가시고,

쇼파에서 남편과 TV를 보다 졸다,, 엉켜서 자다

잠깐 정신 차린다는 것이 남편은 쇼파에서 나는 침대로 가서 계속 단잠을 잤다.

 

꿈을 꾸었다....

내용은 정확치 않은데,,

 

` 우리 명화에게는 제대로 좋은 옷 한번 사준 적이 없구나... `

 

지난 날을 생각하며 뉘우치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을 떴는데,,

생시에도 썰~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래.. 우리 명화..

내가 처음으로 사준 옷이 백화점에서 사준 주홍색 남방에 검은 색 순모바지였지.

그리도 좋아했는데,,, 제대로 그 한 해 겨울, 다 입어보지도 못하고 떠났지..

가슴이 아려왔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런 꿈을 꾸었나보다고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말을 하니 덤덤히 대꾸를 해주었다.

` 그래도 장모님은 네 이쁜 모습에 좋아하실 거다 `

 

조금 편하게,, 여유롭게 살려니

옛날 그렇지 못하게 살던 때의 명화가 눈에 밟힌다.

 

명화야.

네가 지금 곁에 있다면

우리 모두 이렇게 누리지 않아도 더 행복할거야.

 

네가 지금 곁에 있다면

우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함과 감사함을 가질거야.

 

사랑하는 내 동생 명화.

 

정말 명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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